대법원은 4월 3일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 제1호에 따른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발주자가 하수급인에게 직접 하도급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합의 시점에 발생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대금지급채무는 해당 범위에서 소멸하며, 수급인의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은 동일성을 유지한 채 하수급인에게 이전된다. 따라서 직접지급 합의 이후 수급인의 채권자가 수급인의 발주자에 대해 한 압류는 효력이 없다고 봤다. 다만, 직접지급 사유 발생 이전에 수급인의 제3채권자가 발주자에 대한 채권에 대해 집행보전을 했다면, 그 집행보전된 금액에 대해서는 하수급인이 직접지급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판결은 하도급법과 건설산업기본법이 직접지급 합의 시점에 발생하는 법적 효과에 대해 해석상 혼란이 있었던 점을 일부 해소했다. 대법원은 하도급법 제14조 해석 원칙을 건설산업기본법에도 적용해 직접지급 합의 시 즉시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채무가 소멸하며, 해당 공사대금채권은 하수급인에게 이전된다고 명시적으로 확인했다. 이는 하도급거래의 공정성 확보와 채권관계의 명확화를 위한 중요한 판례로 평가된다.
지역주택조합 관련 판례에서는 조합가입계약의 효력과 분담금 납부 의무 범위를 구분했다. 1월 9일 선고된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조합가입계약 체결 후 조합설립인가 신청일까지 조합원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자는 조합원 지위를 취득하지 못하며, 이 계약의 효력은 장래에만 미친다. 이에 따라 조합설립인가 신청일 이후 이행기가 도래하는 분담금은 납부 의무가 없지만, 신청일 이전에 발생한 분담금은 여전히 납부해야 한다. 이미 납부한 1차 계약금은 부당이득반환 대상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또 2월 13일 선고된 다른 판결은 조합설립인가 신청 후 조합원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자가 체결한 조합가입계약이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주택법과 시행령에 따른 조합원 자격 규정이 효력규정이 아니므로, 자격 흠결만으로 원시적 불능에 따른 계약 무효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로써 조합가입계약의 유효성 여부와 분담금 반환 청구 가능성은 조합규약 및 계약서 관련 조항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2월 13일 선고된 대법원 판결에서는 신탁원부에 기재된 신탁계약상 관리비 부담 조항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신탁법 제4조 제1항에 따르면 신탁등기의 대항력은 신탁재산 귀속에 관한 사항에 한정된다. 집합건물 관리단이 신탁수탁자를 상대로 체납 관리비 지급을 요구한 사건에서, 수탁자가 신탁원부에 관리비 부담 조항이 기재돼 있다고 해서 제3자에 대해 이를 내세울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이는 신탁등기의 대항력 범위를 명확히 하여 신탁계약상 권리·의무가 신탁원부에 적혀 있어도 제3자에게 자동으로 대항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편, 10월 16일 선고된 대법원 판결은 2017년 개정 도시정비법 시행 이전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민간 사업시행자의 경우, 사실상 도로가 무상양도되는 정비기반시설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건축조합이 지방자치단체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토지가 민간 사업시행자에게 무상양도되는 정비기반시설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매매계약 무효 및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했으나, 대법원은 2017년 법령 개정과 부칙에 따라 개정 법 시행 이후 최초 사업시행계획 인가 신청부터 무상양도 규정이 적용된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2017년 이전 인가는 사실상 도로가 무상양도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사안은 현재 재건축조합이 위헌적 해석이라며 재판소원을 제기해 전원재판부 심리가 진행 중이다.
3월 13일 선고된 판결에서는 구 건설산업기본법상 하도급계약 통보서에 포함되는 ‘하도급 부분금액’에 국민연금보험료, 국민건강보험료, 노인장기요양보험료 등 사회보험료가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하도급계약에서 거짓 통보로 인한 제재처분과 관련해 원가계산서상의 모든 항목을 포함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다만 산업안전보건관리비와 환경보전비는 원수급인이 직접 부담하면 예외적으로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사후정산 예정이나 하수급인의 사회보험 적용 제외 주장만으로는 사회보험료를 ‘하도급 부분금액’에서 제외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5월 29일에는 상속인이 독립된 분양대상자인지 여부를 다룬 판결이 나왔다. 구 서울시 도시정비조례 제27조 제2항 제3호 단서에 따르면, 권리산정기준일인 2003년 12월 30일 이전에 피상속인이 사망해 상속이 개시된 경우, 상속으로 인해 지분면적 90㎡ 이상을 소유한 상속인은 권리산정기준일 이후 등기가 이뤄졌어도 독립된 분양대상자가 될 수 있다. 다만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지분 쪼개기’ 목적으로 권리남용이나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지 않는 한 이 원칙이 적용된다. 이 판결은 재개발사업에서 상속인의 분양대상자 자격 판단 시 상속개시일과 상속재산분할의 소급효가 기준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처럼 최근 대법원은 건설·부동산 분야에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지역주택조합 계약 효력, 신탁등기 대항력, 정비기반시설 무상양도, 하도급 계약 통보서 작성 기준, 상속인의 분양대상자 자격 등 다양한 쟁점을 명확히 하면서 실무와 법리의 혼란을 줄이고 있다. 이러한 판례들은 지역 내 건설업체, 조합, 투자자, 신탁 관련 기관 등에게 중요한 법적 근거와 기준을 제공하며,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