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안으로 서울 주택시장 내 가격대별 수요 구조 변화가 예상된다. 실거주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 기준이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공시가격 12억 초과~14억원 이하 주택 약 12만 가구가 새 기준선 아래로 내려갔다.
이번 세제 개편에 따라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재 60%에서 70%로 인상되며, 3주택 이상 보유자와 조정대상지역 주택 보유자는 2027년 70%, 2028년부터는 80%를 적용받는다. 2028년부터는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도 강화된다. 세 부담 상한도 기존 전년 대비 150%에서 200%로 확대됐다.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세액공제는 2027년 800만원, 2028년부터는 600만원으로 설정됐다.
국토교통부 공동주택 가구별 공시가격 자료를 보면, 해당 기준선 조정으로 전국 약 12만 3721가구가 혜택을 받는다. 이 중 송파구가 1만3431가구로 가장 많으며 강동구(1만1008가구), 성동구(1만246가구)가 뒤를 잇는다.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단지에서는 6월 말 25억 4500만원에 거래된 아파트 호가가 26억원 이상으로 상승하는 등 시장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송파구 송파시그니처롯데캐슬도 지난달 21억원에 거래된 뒤 현재 22억~23억원에 매물이 올라와 있다.
세제 개편에 따른 수요 이동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부 고가 주택에 대한 세 부담이 커지면서 15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으로 수요가 분산될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순 가격 이동보다는 역세권 등 입지 조건이 좋은 지역으로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실수요자는 대출 가능 여부와 입지 가치를 함께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20억원 후반대 아파트는 세 부담과 입지 가치를 동시에 고려하는 수요층 사이에서 새 ‘똘똘한 한 채’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고려할 때, 과세표준 6억원 초과 구간에 해당하는 시세 약 32억원 아파트가 여기에 해당한다. 서울 강남구 역삼, 개포, 도곡동과 서초구 방배·서초동, 송파구 잠실·신천·가락동 등 주요 지역에서 이 가격대 아파트 거래가 활발하다.
광진구 광장극동1차 전용 84㎡가 지난달 27억원에 거래됐고, 송파구 헬리오시티 동일 면적은 29억원에 손바뀜했다. 마포구 마포프레스티지자이도 6월 28억 3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가격대는 대출 규제를 완전히 피할 수 있는 구간은 아니다. 수도권 및 규제지역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는 시가 15억원 이하 6억원, 15억 초과~25억원 이하 4억원, 25억원 초과 2억원으로 차등 적용된다.
이 때문에 20억원 후반대 아파트를 선호하는 수요는 대출 의존도가 낮고 세금 부담과 입지를 함께 고려하는 계층으로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세율이 기존과 동일하게 적용되는 과세표준 6억원 이하, 시세 약 31억원 이하 주택이 절세 가능한 ‘똘똘한 한 채’로 인식될 수 있다”며 “강남3구 일부와 서울 한강벨트, 경기 남부 주요 인기 지역으로 수요가 집중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세 시장에서는 공급 부족과 이에 따른 전세난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1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 909건으로 전년 동기 2만 3467건보다 11.0% 줄었다. KB부동산은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전월 대비 1.34% 상승했다고 집계했다. 전세수급지수는 126.2로 매매수급지수 112.6을 상회하며,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고 있다.
전세 공급 감소는 입주 물량 축소와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투자 방식) 차단으로 인한 영향이 크다. 지난해 10월부터 서울 전역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실거주 목적으로만 거래가 가능하다. 수도권 및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를 받은 경우 6개월 내 전입해야 하는 규제도 시행 중이다.
세제 개편으로 임대주택 보유자가 직접 거주하거나 매도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매수자 역시 장기 실거주가 의무화되면서 기존 임대주택이 전세 시장에 남아 있을 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 이에 따라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전세 물량이 줄고 전셋값이 오르면 매매시장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현상도 예상된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가 매매로 전환하면서 임대 매물 감소, 전세 가격 상승, 매매 전환, 중저가 아파트 호가 상승이라는 연쇄적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초고가 주택보다 낮은 가격대에는 대기 수요가 존재해 매물이 나오면 빠르게 소화될 것”이라며 “수요 집중은 해당 가격대 주택가격 상승과 전세난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종부세 개편과 전세시장 변화는 서울 부동산 시장 전반의 수급과 가격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정책과 시장 반응에 따라 서울 및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지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