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주택가를 걷다 보면 여행객의 시선을 붙잡는 독특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도로와 맞닿은 집의 커다란 창문에 커튼이 없거나, 있어도 활짝 열려 있어 거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모습이다. 소파에서 책을 읽는 사람과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 화분과 조명으로 꾸민 실내까지 거리에서 자연스럽게 보인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낮에도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사용하는 문화권의 여행객에게는 다소 황당하게 느껴질 수 있다. “집 안이 보이는데 불편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지만, 일부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창문은 외부의 시선을 막아야 하는 경계라기보다 안과 밖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공간으로 받아들여진다.
네덜란드의 ‘열린 창문 문화’는 역사·종교·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검소함과 정직한 생활을 강조했던 개신교 전통이 하나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집 안을 굳이 감추지 않는 모습은 이웃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라기보다 숨길 것이 없다는 태도와 성실하게 살아간다는 자부심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무역과 상업이 발달한 역사도 영향을 미쳤다. 네덜란드 시민사회에서는 부를 축적하더라도 지나치게 드러내기보다 절제되고 단정한 생활을 유지하는 태도가 중요하게 여겨졌다. 집 안을 깔끔하게 정돈하고 창가를 화분이나 작은 장식품으로 꾸미는 문화는 생활의 성실함과 검소한 취향을 보여주는 방식이 됐다.
자연환경도 빼놓을 수 없다. 흐리고 비가 잦은 날씨에서는 집 안으로 최대한 많은 햇빛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낮이 짧은 계절에는 두꺼운 커튼을 닫기보다 큰 창을 열어 자연광을 확보하는 것이 생활에 도움이 된다. 밤이 되면 실내 조명이 창을 통해 거리로 흘러나오면서 주택가 전체에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네덜란드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집 안을 마음대로 들여다봐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집 내부가 보이더라도 일부러 멈춰 서서 오래 바라보거나 사진을 찍는 행동은 사생활 침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창문을 가리지 않는 자유와 타인의 생활을 함부로 관찰하지 않는 절제가 함께 작동하는 것이다.

변기욱 여행전문가는 “네덜란드의 열린 창문은 사생활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각자의 공간과 일상을 서로 존중한다는 사회적 신뢰를 보여주는 문화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어 “여행객이 독특한 풍경을 발견하더라도 주민의 모습을 가까이서 촬영하거나 집 안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며 “보여도 보지 않는 것이 현지 문화를 존중하는 여행예절”이라고 조언한다.
현대 네덜란드의 모든 집에 커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도심 아파트와 이민자가 많이 사는 지역에서는 블라인드와 커튼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젊은 세대도 개인의 취향과 생활방식에 따라 사생활 보호를 선택한다. 따라서 열린 창문을 네덜란드 전체의 획일적인 문화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네덜란드의 창문은 단순한 건축 요소가 아니다. 햇빛을 받아들이는 통로이자 집과 거리, 개인과 공동체를 연결하는 문화적 경계다. 창문을 열어두는 사람의 자유와 그 안을 함부로 들여다보지 않는 이웃의 배려가 함께할 때 이 독특한 문화는 유지될 수 있다.
개방적인 사회란 모든 사생활을 공개하는 사회가 아니다. 자신의 일상을 지나치게 감추지 않으면서도 타인의 영역에는 함부로 들어가지 않는 사회다. 네덜란드의 열린 창문은 진정한 개방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유를 지키기 위해 어떤 절제가 필요한지를 여행자에게 조용히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