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0년 장기전세주택 입주민 가운데 내년부터 첫 만기 도래자가 나타난다. 만기 도래 가구는 내년 310가구를 시작으로 해마다 늘어나 5년간 총 9361가구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일부 입주민은 임대기간 연장이나 분양전환을 요구하고 있으나 서울시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의 형평성과 제도 취지를 이유로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기전세주택은 2007년 도입된 공공임대주택 제도다. 무주택 시민에게 주변 전세 시세의 80% 이하 임대료로 장기간 거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임대 기간은 2년 단위 계약 갱신을 통해 최대 20년까지 가능하며, 계약서와 모집공고에 분양전환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명시되어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서울시 내 장기전세주택은 총 3만7712가구이며, 이 중 순수 장기전세주택은 2만746가구다. 나머지는 국민임대 또는 공공임대 전환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년부터 20년 임대 기간이 종료되는 가구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만기를 앞둔 입주민들은 20년간 거주하며 서울 집값과 전셋값이 큰 폭으로 상승했고, 고령층으로 진입한 주민도 있어 임대 기간 연장과 분양전환을 요구한다. 특히 신혼부부 대상 장기전세Ⅱ ‘미리내집’은 일정 조건 충족 시 분양전환 기회를 제공하는 점을 근거로 기존 장기전세에도 유사한 선택지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는 기존 장기전세와 미리내집이 제도 도입 목적, 공급 대상, 지원 조건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같은 기준 적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기존 장기전세의 임대 기간을 일괄적으로 연장하면 신규 무주택자의 주거 기회가 줄어들고, 공공임대주택의 순환 구조가 훼손될 수 있어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또한, 특정 만기 가구에만 계약 연장이나 분양전환을 허용할 경우 이미 퇴거했거나 별도의 주거지를 마련한 입주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만기 입주민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 동일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입주자와의 차별 논란뿐 아니라, 향후 공공주택 계약 조건과 공급 계획의 예측 가능성이 저해될 위험이 있다고 서울시는 보고 있다. 때문에 당초 계약 조건에 명시된 20년 임대 기간 준수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시장에서는 만기 도래자 중 특히 고령자와 저소득층처럼 자력으로 주거지를 마련하기 어려운 계층의 주거 불안을 완화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들은 사회적 안전망 차원에서 일정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만 서울시는 현재까지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장기전세주택 만기 도래 문제는 서울시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지속 가능성과 형평성 문제를 동시에 제기한다.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된 제도의 취지를 유지하면서도, 입주민 개인의 거주 기간 만료에 따른 현실적 어려움을 어떻게 조율할지 과제가 남아 있다. 향후 수천 가구 만기 물량 증가에 대비해 서울시가 어떤 대응 방안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