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취소를 요구하며 민원인에게 20차례 넘게 연락하고, 상사의 접촉 금지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경찰공무원에 대한 강등처분을 취소한 원심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대법원 제1부는 2026년 9월 3일 강등처분취소 사건에서 원심인 부산고등법원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환송했다. 피고는 부산광역시경찰청장이었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경찰관의 징계가 무거웠는지를 따진 사건을 넘어, 공무원 징계에서 징계권자에게 인정되는 재량의 범위와 법원이 그 재량을 위법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한계를 다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대법원은 일부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남아 있는 징계사유만으로 처분의 타당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면 징계처분을 유지할 수 있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했다.

■ 원심은 “강등은 과중하다”…대법원은 판단 달리했다
원심은 원고 경찰관에게 인정되는 여러 비위행위 가운데 일부 징계사유는 인정하면서도 강등처분은 지나치게 무겁다고 판단했다.
원심은 민원인에게 보낸 문자 내용이 고압적이거나 협박적이라고 보기 어렵고, 개인정보를 부적절한 의도로 취득했지만 실제로 사건 당사자에게 연락한 정황은 없으며, 근무 중 카페 여주인에게 고백한 행위도 근무태만 정도가 중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이를 근거로 강등처분이 비위 정도에 비해 균형을 잃은 과중한 처분으로서 위법하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봤다.
■ 대법원 “징계 종류 선택은 원칙적으로 징계권자의 재량”
대법원은 먼저 공무원 징계의 기본 원칙을 다시 설명했다.
공무원에게 징계사유가 있는 경우 어떤 징계를 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법원이 이를 위법하다고 판단하려면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경우여야 한다.
또 징계가 사회통념상 타당성을 잃었다고 보려면 비위의 내용과 성질, 징계 목적, 징계양정 기준 등을 종합해 징계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부당한 경우여야 한다고 했다.
즉 법원이 징계처분을 취소하려면 단순히 “조금 무겁다”는 수준을 넘어 누가 보더라도 현저하게 부당하다고 할 정도여야 한다는 취지다.
■ TJ뉴스 법률분석① 징계소송은 ‘법원이 대신 형량을 정하는 절차’가 아니다
이번 판결에서 가장 중요한 법리는 바로 이 부분이다.
행정법원이나 고등법원이 징계소송을 심리한다고 해서 법원이 직접 적정한 징계수위를 새로 정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이 보는 것은 **“징계권자의 판단이 허용되는 재량의 범위를 벗어났는가”**다.
따라서 징계가 다소 엄격하더라도 내부 기준에 부합하고, 비위의 내용과 공직에 미친 영향이 무겁다면 법원이 쉽게 재량권 일탈·남용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다.
공무원 징계소송에서 흔히 ‘비례원칙’이 문제 되지만, 그 비례성 판단 역시 징계권자의 재량영역을 존중하는 구조 안에서 이뤄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 징계기준상 ‘정직 또는 강등’ 가능…여러 비위가 겹치면 한 단계 더 무거운 징계도
대법원은 경찰공무원 징계령 세부시행규칙상 양정기준도 구체적으로 검토했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복종의무 위반’ 또는 ‘품위유지의무 위반’이면서 의무위반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이거나, 정도는 약해도 고의가 있는 경우 정직이나 강등 처분이 가능하다.
또 서로 관련 없는 2개 이상의 의무위반행위가 경합하면, 가장 무거운 징계보다 한 단계 높은 징계의결도 가능하다.
대법원은 제2징계사유만으로도 강등까지 가능하고, 여기에 제4·제5징계사유까지 인정되므로 오히려 그보다 한 단계 높은 징계도 가능하다고 봤다.
결국 이번 강등처분은 일부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았더라도 내부 징계양정 기준에 부합하는 처분이라고 판단했다.
■ 민원 취소 요구하며 20차례 이상 통화 시도
대법원이 가장 무겁게 본 부분 중 하나는 민원인과의 접촉이었다.
원고 경찰관은 자신에 대한 민원이 부산경찰청 홈페이지에 게시되자 민원 취소를 요구하며 민원인에게 20차례 이상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민원인이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음에도 연락은 계속됐다.
민원인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원고로부터 계속 연락이 오는 것 자체가 무서웠다고 진술했다.
대법원은 이를 근거로 민원인이 상당한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느꼈던 것으로 봤다.
■ “민원인에게 접촉하지 말라” 상사 지시도 어겼다
더 큰 문제는 단순한 연락 행위만이 아니었다.
대법원은 원고가 민원인에게 접촉하지 말라는 상사의 지시까지 불응하면서 계속 연락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부분은 경찰조직의 복종의무와 직결된다.
경찰공무원은 일반 공무원보다 조직적 지휘체계와 명령복종이 특히 중시되는 직군이다.
따라서 상사의 명확한 지시가 있었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았다는 사실은 단순한 개인적 판단착오가 아니라 조직기강과 직무수행 체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비위로 평가될 수 있다.
■ 대법원 “국민 신뢰 심각하게 훼손”
대법원은 제2징계사유와 관련해 원고의 행위가 비위 정도가 중하고 비난가능성도 크다고 봤다.
또 이런 행위로 경찰조직의 기강과 조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판단했다.
이 대목은 공무원 징계에서 단순한 개인적 잘못만 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경찰처럼 국민의 권리와 안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직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은 개별 행위가 조직 전체의 신뢰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한 징계요소가 된다.
■ TJ뉴스 법률분석② 민원인 보호가 왜 징계의 핵심이 됐나
민원제도는 국민이 행정기관이나 공무원의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통로다.
그런데 민원을 제기한 시민이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반복적으로 연락을 받고, 민원 취소를 요구받는다면 신고·민원 제도의 실효성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
특히 상대방이 경찰공무원이라면 일반 시민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은 더 클 수 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단순한 ‘연락 횟수’의 문제가 아니라 공권력을 가진 공무원이 민원인을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을 중요하게 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개인정보 취득 문제도 징계사유로 인정
원심은 원고가 적절하지 않은 의도로 사건 당사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원고 역시 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으로서 직무상 해당 정보를 취득할 권한 자체는 있었고, 실제로 사건 당사자에게 연락한 정황은 없다는 점을 유리하게 봤다.
대법원은 징계사유 존재 자체에 관한 원심 판단을 뒤집지는 않았다.
다만 전체 징계양정 판단에서는 이와 같은 비위들이 누적돼 있다는 사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즉 개별 행위 하나만 떼어 보면 경미해 보일 수 있어도, 여러 비위가 결합되면 전체적인 징계수위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 근무 중 카페 여주인에게 반복적 접근…대법원 “경미하지 않다”
대법원은 제5징계사유와 관련해서도 원심 판단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봤다.
판결에 따르면 원고는 근무시간 중 카페 여주인이 거부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계속적·반복적으로 접근해 고백했고, 그 결과 상대방이 성적 불쾌감이나 혐오감 등 심리적 고통을 느낀 것으로 인정됐다.
원심은 이를 근무태만의 정도가 중하지 않다고 평가했지만, 대법원은 비위행위가 피해자와 공직 내외에 미친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즉 단순히 “업무를 얼마나 오래 소홀히 했는가”만 볼 것이 아니라 근무시간 중 이루어진 행위가 상대방에게 어떤 피해를 줬고 공직의 품위를 얼마나 훼손했는가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취지다.
■ TJ뉴스 법률분석③ 징계는 행위 하나가 아니라 ‘누적된 조직 신뢰 훼손’까지 본다
이번 사건은 공무원 징계에서 여러 비위가 어떻게 평가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민원 취소 요구, 상사 지시 불이행, 개인정보 취득, 근무 중 부적절한 접근 등 각각의 행위는 별도의 징계사유다.
그러나 징계양정 단계에서는 이들을 하나씩 분리해 가볍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행위가 공직기강과 조직 신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종합적으로 본다.
대법원이 일부 징계사유가 빠졌더라도 남은 사유만으로 강등처분이 가능하다고 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일부 징계사유 인정 안 돼도 전체 처분이 자동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판결은 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한 법리를 다시 확인했다.
여러 징계사유를 근거로 처분했는데 그중 일부가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징계처분 전체가 자동으로 위법해지는 것은 아니다.
남은 징계사유만으로도 동일한 수준의 징계를 정당화할 수 있다면 처분은 유지될 수 있다.
행정소송에서는 이 부분이 자주 쟁점이 된다.
피징계자가 일부 사유를 뒤집는 데 성공하더라도, 남은 비위가 충분히 중대하면 처분취소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 TJ뉴스 법률분석④ ‘재량권 일탈·남용’ 인정 문턱은 높다
공무원 징계소송에서 흔히 제기되는 주장이 재량권 일탈·남용이다.
하지만 법원은 징계수위가 다소 과하다고 느껴지는 정도만으로 처분을 취소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이번에도 강등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는지, 즉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부당한 수준인지가 판단기준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특히 내부 징계기준에 부합하고, 여러 비위가 경합되며, 조직신뢰 훼손까지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이 징계권자의 선택을 존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 경찰관이라는 직업의 특수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번 판결에서 별도로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판결이 강조한 ‘조직기강’과 ‘국민 신뢰’라는 표현은 경찰이라는 직업의 특수성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경찰공무원은 국민의 개인정보를 다루고, 조사와 수사, 현장조치 등 강한 공권력을 행사한다.
따라서 민원인에 대한 반복적 접촉이나 개인정보의 부적절한 취득은 일반 직장인의 내부규정 위반과는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
공권력 행사자의 비위는 행위 그 자체뿐 아니라 국민이 국가기관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 대법원, “원심은 징계재량권 법리 오해”
대법원은 결국 원심이 강등처분을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판단한 데에는 징계재량권의 한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이는 대법원이 직접 최종적으로 “강등이 적법하다”고 확정한 것은 아니다.
환송심에서 대법원의 법리 판단을 반영해 다시 심리·판단하게 된다.
■ TJ뉴스 분석⑤ “파기환송=징계 확정”은 아니다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했다고 해서 곧바로 강등처분의 적법성이 최종 확정됐다고 표현해서는 안 된다.
이번 판결은 원심의 재량권 일탈·남용 판단에 법리오해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따라서 환송심에서는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을 바탕으로 다시 판단이 이뤄진다.
다만 대법원이 강등처분이 내부 징계기준에 부합하고 비위 정도도 중하다고 구체적으로 판단한 만큼, 향후 환송심의 심리 방향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 공무원 징계의 본질은 ‘처벌’뿐 아니라 공직 신뢰 회복
공무원 징계는 형사처벌과 목적이 다르다.
형사처벌이 범죄행위에 대한 국가의 제재라면, 징계는 공직기강을 유지하고 공공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는 기능이 크다.
이번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경찰관의 반복된 민원인 접촉과 상사 지시 위반, 근무 중 부적절한 행동을 단순한 개인적 실수로 보지 않았다.
특히 조직기강과 국민 신뢰 훼손을 별도의 중요한 요소로 평가했다.
결국 공무원 징계수위는 ‘얼마나 잘못했는가’뿐 아니라 그 잘못이 공직사회와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까지 포함해 결정된다는 점이 이번 판결의 핵심이다.
■ 이번 판결이 공직사회에 주는 메시지
이번 대법원 판결은 공직자에게 몇 가지 분명한 기준을 제시한다.
민원인을 상대로 개인적 불이익을 우려해 반복적으로 연락하거나 취소를 요구하는 행위, 상사의 명확한 지시를 따르지 않는 행위, 직무상 접근 가능한 정보를 사적인 의도로 사용하는 행위, 근무시간 중 상대방의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접근하는 행위는 각각 공직자의 의무와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
그리고 여러 비위가 함께 존재한다면 개별 행위만 떼어 가볍게 평가하기보다 전체 행위의 누적된 영향이 징계수위에 반영될 수 있다.
무엇보다 법원이 징계권자의 재량에 개입하는 문턱은 높다.
징계가 내부기준에 부합하고 비위 정도가 중하다면 법원이 단순히 “조금 무겁다”는 이유만으로 처분을 취소하기 어렵다는 점이 이번 판결에서 다시 확인됐다.
결국 이번 사건의 핵심은 ‘강등이 세냐 약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공권력을 행사하는 공무원의 비위가 조직기강과 국민 신뢰를 얼마나 훼손했는지를 어디까지 징계에 반영할 수 있는가에 있다.
환송심에서 최종 판단이 어떻게 내려질지 주목된다.
※ 이 기사는 대법원 제1부가 2026년 9월 3일 선고한 2025두35423 강등처분취소 판결의 사실관계와 법리를 토대로, TJ뉴스가 공무원 징계재량권의 범위, 일부 징계사유가 부정된 경우의 처분 유지 가능성, 민원인 보호, 조직기강 및 공직 신뢰의 의미를 추가 분석해 독자적인 기사 구조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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